부동산 거래 실무상 본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잠장적 합의로써 가계약을 체결하고 가계약금을 수수하는 거래 관행이 존재함에 따라 그 반환을 둘러싼 분쟁이 흔히 발생합니다. 가계약은 급하게 거액의 부동산 매매 또는 임대차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일단 계약금보다 적은 금액인 가계약금을 교부하여 우선적 지위를 확보하고자 체결되는 경우가 많아 본계약에 비해 임의적, 즉흥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그만큼 파기율도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가계약 체결 후 특별한 사유 없이 본계약 체결을 거부하는 경우 가계약금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명시적인 법규정이 없다는 점입니다. “가계약”이라는 개념 자체가 “실질적으로 본계약과 다름 없는 경우, 조건부 계약, 예약, 준비단계의 계약, 단순한 협의 수준” 등의 다양한 형태를 아우르는 포괄적인 개념인만큼,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가계약 파기에 따른 가계약금 반환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다양할 것인데, 여기서는 가장 흔한 유형인 “본계약과 구분되는 선행 합의로서의 가계약”을 전제로 하여 그 법률관계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매매계약 등의 유상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금이 교부된 경우 아래와 같이 민법상 다른 약정이 없는 한 이는 “해약금”으로 추정됩니다.
민법 제565조(해약금) 제1조
매매의 당사자 일방이 계약당시에 금전 기타 물건을 “계약금”, 보증금 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에는 당사자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제567조(유상계약에의 준용)
본절의 규정은 매매 이외의 유상계약에 준용한다. 그러나 그 계약의 성질이 이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그런데 이 민법 제565조 제1항이 “계약금이 교부된 때” 뿐만 아니라 “가계약금이 교부된 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 가계약금 역시 해약금으로 추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논란이 되어 왔습니다. 즉, 계약금 계약에 관하여 민법상 명시적인 해약금 추정 규정이 있는 것과 달리, 가계약금 계약은 별도의 해약금 추정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하여도 민법 제565조 제1항을 적용하여 해약금으로서의 법적 성질을 인정할 것인지가 문제되는 것입니다. 만약 가계약금 계약에 대하여도 위 규정이 유추적용된다고 본다면 가계약금이 교부된 사실만으로도 다른 약정이 없는 한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추정하여, 본계약 체결을 거절 또는 파기할 경우 그 파기하는 자가 가계약금을 포기 또는 배액상환 해야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관하여 하급심 판례에서도 해약금 추정규정의 적용을 긍정하는 판결과 부정하는 판결이 혼재하여, 판례의 입장조차 명확히 확립되어 있다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2다247187 판결>은 다수의 분쟁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에서 가계약을 파기하는 경우 가계약금의 반환 문제에 관한 명확한 기준을 다시금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계약금에 관하여 해약금 약정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약정의 내용,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에 비추어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하기 전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약정하였음이 명백하게 인정되어야 한다. (중략)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의하면, 당사자 사이에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하는 약정이 있었음이 명백히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원고가 스스로 계약 체결을 포기하더라도 가계약금이 피고2에게 몰취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위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계약금과 달리 가계약금 교부만으로는 당연히 해약금으로 추정된다고 보기 어려우며, 해약금으로 인정하기 위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별도의 해약금 특약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해약금 약정”이 있었다고 인정되기 위해서는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하기 전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약정하였음이 명백하게 인정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해약금 약정을 따로 안한 경우에는 가계약금은 단순히 계약교섭의 증거금으로서의 성격만 가지는 것이어서, 설령 일방의 단순변심에 의해 본계약이 체결되지 않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교부자는 이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고, 교부받은 자는 배액이 아닌 교부받은 금액만 반환하면 됩니다. 반면 해약금 약정이 있는 경우라면, 교부자가 본계약 체결을 거부하는 경우 가계약금은 상대방에게 몰취되고, 교부받은 자가 본계약 체결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가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가계약금은 금액의 비중이 크지 않고 임시적으로 매물을 선점하기 위하여 급하게 교부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가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계약의 내용 자체를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채 무심코 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추후 본계약 체결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가계약금의 반환 여부는 결국 가계약에서 당사자가 해약금 약정을 별도로 하였는지에 따라 좌우되는 만큼, 가계약 단계에서부터 약정 내용을 신중하게 확인하고 체결할 필요가 있습니다.